
얼마 전 다니기 시작한 헬스장 앞에 중형마트가 있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갈때면 딱 점심을 앞둔 시간이라 찬거리 쇼핑을 하기에 최적인 곳이다. 오늘도 나의 지친 몸과는 반대로 엉덩이를 씰룩일 노래가 나오는 활기찬 마트로 들어섰다. 주말을 앞둬서 그런가, 아님 세일 품목들이 많은건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목적으로 마트를 돌아보고 있었다.
사실 메뉴를 정한 것도 없었기에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고 있던 찰나 콩나물이 눈에 들어왔다.
간만에 콩나물 밥상을 차려볼까
콩나물을 삶는 것으로 뚝딱 해낼 수 있는 메뉴들을 생각해보니 '콩나물 국밥'과 '콩나물 무침' 정도가 부담없을 것 같았다. 저녁거리로 쓰일 오징어와 어묵까지 챙겨 곧장 컴백홈!
아~ 아직 장바구니를 정리하지도 못했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눕고싶은 생각...을 뒤로하고 가스렌지 두곳에 물부터 올렸다. 하나는 오징어, 다른 하나는 콩나물이 주인공이 될 터였다. 두가지 재료 모두 3분정도의 시간이면 삶아지니 잠시 숨돌릴 여유도 없이 양념만들기 돌입.
엄청난 손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요리방식엔 대중이 없기에 일단은 양념들을 조합하고 본다. 대신 간을 맞출땐 쫄보모드로 쬐끔씩! 뭐, 몇번 휘리릭 둘러주고 휘적휘적 섞어주니 나름 괜찮은 양념장이 완성됐다.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 살아나라고 찬물샤워 시켜주시고 파 쫑쫑 썰어넣어 양념장에 조물조물 무쳐주었다. 마지막 필살기 통깨도 솔솔 뿌려주니 겉모습은 식당반찬 저리 가라다.

삶아진 오징어 하나 씹어보니 야들야들 그냥 먹어도 맛있고, 그 중 몇개 썰어 콩나물국밥 고명으로 남겨둔다. 왜 이런 색을 집어왔는지 볼때마다 의문인 연팥색 뚝배기 꺼내 밥 자작하게 깔고 마늘과 오징어 고명을 올렸다. 그 사방에는 삶아진 콩나물로 요새를 만들고 코인육수 넣어 만들어둔(콩나물 삶은) 육수 충분히 부어준 후 뜨끈하게 끓이면 끝이다.

딱 하나 아쉬웠던건 고객님(=아부지)이 원치 않으셔서 계란하나 톡 올리질 못했다는 것. 그래서 조금은 밋밋한 비주얼의 콩나물 국밥이 완성됐다. 그럼에도 그 깊은 맛은 크아~ 소리를 절로 부를 정도였으니 과히 성공적.

요즘 날씨와 국밥이 어울린다고 볼순 없지만 한국인 국물사랑이야 계절을 가리지 않으니까.
꽤나 많은 콩나물이었는데도 한그릇 싹 다 비운 우리 아부지다. 마침 집에 맛난 김치가 있어서 더 행복한 조합이었을듯 싶다.
아이들 등교에 운동, 장보고 점심상까지 폭풍 몰아친 오전시간이었다. 그런데 돌아서니 이제 그분들이 돌아올 시간. 정작 나는 요거트로 점심을 대신했는데 아이들과 씨름할 오후시간을 생각하니 고봉밥이라도 퍼먹어야하나 싶다🤣 그래도 저녁메뉴는 정해져있으니 조금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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